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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학자의 캔버스 (Artinerary)

숲속의 몽상: 일본 건축의 이단아, 후지모리 테루노부가 만든 동화적 풍경 본문

일본 미술 여행 준비 (Japan Art Travel)

숲속의 몽상: 일본 건축의 이단아, 후지모리 테루노부가 만든 동화적 풍경

Artinerary 2026. 2. 6. 07:30

일본 미술 여행을 하다 보면 대도시의 차가운 금속성과는 정반대 지점에 서 있는 기묘하고도 따뜻한 풍경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살아 움직일 것 같은 건축물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오늘은 현대 건축의 규칙을 과감히 깨뜨리고 '자연과의 완전한 합일'을 꿈꿨던 건축가이자 사학자, 후지모리 테루노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아주 특별한 예술 기행을 제안합니다.

 

후지모리 테루노부 1946~

 

1. 하늘 위에 떠 있는 찻집, '다카스기안(高過庵)'의 아슬아슬한 미학

나가노현 치노시에 위치한 '다카스기안'은 직역하면 '너무 높게 지은 찻집'이라는 뜻입니다.

이름 그대로 두 그루의 밤나무 위에 아슬아슬하게 얹혀 있는 이 작은 나무 오두막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심과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킵니다. 모리야 테루노부는 이 공간을 통해 "건축은 땅에 단단히 붙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질문을 던집니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나무 위에서 차를 마시는 경험은 우리를 일상의 중력으로부터 해방시켜 줍니다.

그는 공장에서 찍어낸 자재 대신 직접 손으로 다듬은 목재와 흙, 그리고 구리판을 사용해 '인간이 손으로 지은 온기'를 복원해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원초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하나의 거대한 설치 미술과 같습니다.

 

나가노현 치노시에 위치한 '다카스기안'

 

2. 흙과 풀이 숨 쉬는 지붕, '라 콜리나 오미하치만(La Collina)'

시가현에 위치한 '라 콜리나'는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 타네야의 본사이자 하나의 거대한 생태 공원입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지붕 전체가 초록색 풀로 덮여 있다는 점입니다. 계절에 따라 지붕의 색이 변하고, 비가 오면 흙냄새가 퍼지는 이 건물은 자연을 단순히 장식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건축의 일부로 받아들였습니다.

 

테루노부는 지붕 위에 살아있는 식물을 심음으로써 건물이 숨을 쉬게 만들었습니다. 내부로 들어가면 수천 개의 숯 조각이 천장에 박혀 있는 장관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습도 조절이라는 기능적 측면과 더불어 우주를 형상화한 듯한 예술적 감동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이곳을 걷다 보면 인간이 만든 인공물과 자연이 경계 없이 섞이는 기묘한 평화로움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시가현에 위치한 라 콜리나 오미하치만

 

일본을 대표하는 화과점인 타네야 그룹(たねやグループ)이 운영한다.
시설 내부

 

3. 전통의 재료로 빚은 미래, '다지미 시 모자이크 타일 박물관'

기후현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 마치 커다란 진흙 산 하나가 땅 위로 솟아오른 듯한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테루노부는 지역 특산물인 타일의 원재료가 '흙'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건물 전체를 거대한 점토 덩어리처럼 형상화했습니다.

외벽 곳곳에는 타일 조각과 소나무 가지가 박혀 있어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느껴집니다.

 

박물관 내부로 들어가면 꼭대기 층에 뚫린 커다란 구멍을 통해 하늘이 보이고, 그 아래로 수만 개의 타일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설치 작품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는 지역의 전통 산업을 가장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예술로 승화시킨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후지모리 테루노부의 건축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며, 가장 원시적인 재료가 가장 미래적인 가치를 담을 수 있다고 말이죠.

 

모리야 테루노부, <다지미 시 모자이크 타일 박물관>, 2016년 완공 모리야 테루노부(Fujimori Terunobu, 1946- )
모리아가 설계한 타일커튼

 

🎨 아티너리의 여행 포인트: 전공자의 한마디

 

"후지모리 테루노부의 작품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따뜻한 반항'입니다. 그는 매끈한 콘크리트 대신 거친 나무 껍질과 진흙을 선택함으로써 우리 시대의 차가운 건축 문법을 거부했습니다.

 

2026년의 복잡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러한 건축들은 "잠시 속도를 늦추고 자연의 호흡에 귀를 기울여보라"는 다정한 위로를 건네고 있습니다. 붓이 아닌 흙과 나무로 쓴 이 서사적인 공간들이 여러분의 다음 여행지에 작은 영감이 되기를 바랍니다."